안개 - ShinsegaeProject

[00:00.0]안개 - 신세계프로젝트
[00:40.31]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
[00:45.59]안개가 낀다
[00:50.36]이 곳에 처음 와본 사람은 누구나
[01:00.24]앞서간 일행들이
[01:02.56]천천히 지워질 때까지
[01:06.16]문득 저 홀로
[01:08.26]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
[01:15.25]경악할 때까지
[01:20.17]쓸쓸한 가축들처럼
[01:22.69]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
[01:27.270004]그들은 그 긴 방죽위에
[01:30.74]서 있어야 한다
[01:33.380005]이곳은 안개의 성역
[01:39.81]긴긴 어둠에서 풀려나는
[01:43.490005]검고 무뚝뚝한 나무 사이로
[01:50.16]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나오고
[01:53.509995]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
[01:59.6]쉽게 안개와 식구가 되어
[02:03.32]송전탑 희미한
[02:05.1]동체를 드러낼 때까지
[02:10.14]흘러다닌다 흘러다닌다
[02:21.05]가끔씩 안개가
[02:23.47]끼지 않는 날이면
[02:25.99]방죽위로 걸어가는 얼굴들
[02:30.27]모두 낯설다 서로 경계하며
[02:35.13]바쁘게 지나가고
[02:36.56]맑고 쓸쓸한 아침들
[02:41.02]날이 어두워지면
[02:43.44]안개는 샛강 위에 한 겹씩
[02:47.58]그의 빠른 옷을 벗어놓는다
[02:52.55]순식간에 공기는
[02:55.24]희고 딱딱한 액체로 가득찬다
[02:59.61]이곳은 안개의 성역
[03:08.55]몇 가지 사소한 사건도 있었다
[03:11.73]한밤중에 여직공 하나가
[03:13.32]겁탈당했다
[03:15.9]기숙사와 가까운 곳이었으나
[03:18.05]그녀의 입이 막히자
[03:19.79001]그것으로 끝이었다
[03:22.7]지난 겨울엔 방죽 위에서
[03:24.52]취객하나가 얼어 죽었다
[03:27.41]바로 곁을 지난 삼륜차는
[03:29.63]그것이 쓰레기 더미인 줄
[03:31.02]알았다고 했다
[03:33.20999]그러나 그것은
[03:33.85]개인적인 불행일 뿐
[03:35.99]안개의 탓은 아니다
[03:39.36]안개가 걷히고 정오 가까이
[03:41.5]공장의 검은 굴뚝들은
[03:43.08]일제히 하늘을 향해
[03:44.95]젖은 총신을 겨눈다
[03:47.95999]상처입은 몇몇 사내들은
[03:49.93]험악한 욕설을 해대며
[03:52.06]이 폐수의 고장을 떠나갔지만
[03:54.73]재빨리 사람들의 기억에서
[03:56.18]밀려났다
[03:57.85]그 누구도 다시 읍으로
[03:59.58]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
[04:04.92]긴긴 어둠에서 풀려나는
[04:08.51]검고 무뚝뚝한 나무 사이로
[04:15.19]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나오고
[04:18.56]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
[04:24.55]쉽게 안개와 식구가 되어
[04:28.32]송전탑 희미한 동체를
[04:30.9]드러낼 때까지
[04:35.08002]흘러다닌다 흘러다닌다
[04:46.1]안개는 그 읍의 명물이다
[04:50.41998]여공들의 얼굴은 희고 아름다우며
[04:57.66]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
[05:00.95]모두들 공장으로 간다
[05:04.57]이곳은 안개의 성역
[05:11.04]안개의 군단은 샛강에서
[05:15.47]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
[05:20.23]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
[05:25.21]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
[05:29.58]이곳은 안개의 성역
[05:35.49]습관이란 참 편리한 것이다
[05:40.25]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
[05:45.97]곧 안개 속을 이리저리 뚫고 다닌다
[05:55.23]쓸쓸한 가축들처럼
[05:57.66]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
[06:02.14]그들은 그 긴
[06:03.5]방죽위에 서 있어야한다
[06:08.25]이곳은 안개의 성역